한때 롯데·신라면세점이 글로벌 면세 순위 2·3위를 나란히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스위스의 한 기업이 두 곳을 모두 밀어냈습니다. 바로 듀프리(Dufry)입니다.
1865년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해 154년 만에 글로벌 면세 최고봉에 오른 이 기업의 역사와 전략, 그리고 한국 시장과의 관계까지 정리해드립니다.
▲ 듀프리는 전 세계 공항 면세점 매출의 91%를 공항에서 올립니다
1. 듀프리는 어떤 회사인가
듀프리(Dufry AG)는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 소매·면세점 운영 기업입니다. 현재 전 세계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약 2,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18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위스 바젤의 한 소매사업체에서 시작해, 1948년 도매 사업자로 면세 시장에 뛰어들었고 1952년 파리 르부르제에서 첫 면세점을 오픈하며 본격적인 면세 사업자로 변모했습니다. 2003년 사명을 듀프리로 변경한 뒤 공격적인 M&A 전략으로 규모를 빠르게 키웠습니다.
2. 어떻게 글로벌 1위에 올랐나 — M&A의 교과서
듀프리의 성장 비결은 단순합니다. 멈추지 않는 인수합병(M&A)입니다. 2008년 미국 허드슨 그룹을 시작으로, 2014년 뉘앙스 그룹, 2015년 월드듀티프리까지 연달아 인수하면서 글로벌 1위였던 미국 DFS를 단숨에 제쳤습니다.
특히 2015년 월드듀티프리 인수는 면세업계 최대의 M&A 딜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롯데쇼핑도 WDF 인수를 검토했지만 결국 듀프리가 가져갔습니다. 이 인수로 듀프리는 유럽 내 독과점 논란에 휘말렸는데, 유럽 위원회는 "면세점 사업의 특성은 전 유럽을 시장으로 정의해야 해 독과점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며 듀프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듀프리의 또 다른 강점은 공항 면세점 중심 수익 구조입니다. 전체 매출의 91%가 공항 면세점에서 발생합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항공 여행이 회복되면서 듀프리가 가장 빠르게 수혜를 받은 이유입니다.
▲ 듀프리 매출의 91%는 공항 면세점 — 항공 여행 회복이 곧 듀프리 실적 회복
3. 한국 면세점과의 역전극 — 무슨 일이 있었나
2019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면세 순위는 1위 CDFG(중국), 2위 롯데, 3위 신라, 4위 듀프리였습니다. 한국이 2·3위를 차지하던 황금기였습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국내 면세점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았는데, 코로나로 중국인 관광이 막히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습니다. 반면 듀프리는 공항 면세점 중심이라 리오프닝(경제 재개)과 함께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022년 듀프리 매출은 9조 3,890억 원으로 롯데(5조 3,469억 원)와 신라(4조 3,505억 원)를 모두 제치며 글로벌 2위에 올랐습니다. 롯데면세점은 2019년 대비 42.8% 매출이 감소한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 직전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 중 중국인 비중이 73~82%에 달했습니다. 다이궁 송객수수료도 40% 후반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사실상 중국 한 나라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구조였고, 이것이 코로나 충격이 유독 컸던 이유입니다.
4. 롯데와 듀프리의 이상한 관계
흥미로운 건 롯데와 듀프리의 관계입니다. 글로벌 순위를 놓고 경쟁하는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투자 관계이자 사업 양수도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2022년 롯데면세점은 듀프리 지분 2.55%를 1,319억 원에 취득했습니다. 경쟁사에 투자한 이 결정은 "성장하는 글로벌 면세 시장을 고려한 단순 지분 투자"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롯데면세점은 듀프리로부터 호주 멜버른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인수해 2033년까지 10년간 독점 운영권을 확보했습니다. 경쟁자의 자산을 사들여 오세아니아 시장 거점을 확보한 셈입니다
전망은 밝습니다. 글로벌 면세 및 여행 소매 시장은 2024년 756억 달러에서 2029년까지 연평균 9.87% 성장하여 1,2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Q&A — 듀프리 핵심 궁금증 3가지
- ▶듀프리 — 1865년 스위스 창업, 2003년 상장, M&A로 70개국 2,300개 매장
- ▶매출 91% 공항 면세점 — 리오프닝과 함께 가장 빠르게 회복
- ▶2022년 글로벌 2위 — 롯데·신라를 제치며 한국 면세 황금기 종료
- ▶롯데 지분 투자·멜버른 사업권 인수 — 라이벌이자 파트너의 이상한 관계
- ▶한국 면세 과제 — 중국 의존도 탈피 +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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