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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아름다움 뒤에 남은 기억 구라바엔에서 원폭자료관까지 걷다

 나가사키 구라바엔·오우라 천주당·평화공원·원폭자료관 기억의 도시를 걷다 (Nagasaki Memory Walk)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도시 중 하나로 불립니다. 그러나 이 도시는 단순히 풍경으로만 소비되기에는 너무 많은 기억을 품고 있습니다. 구라바엔의 서양식 저택, 오우라 천주당에 숨겨진 신앙의 역사, 평화공원의 침묵, 그리고 원폭자료관에 남겨진 기록까지. 이 글은 나가사키를 ‘관광지’가 아닌 ‘기억의 도시’로 바라보며, 걷는 순서대로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여행, 나가사키의 진짜 얼굴을 만나는 기록입니다.

나가사키 구라바엔에서 평화공원까지 이어지는 기억의 도시 여행

구라바엔 – 개항 일본, 가장 먼저 열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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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바엔(Glover Garden)은 나가사키 항구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한 서양식 저택 단지입니다. 이곳은 일본이 문을 열던 시기, 외국 상인과 기술자들이 머물렀던 공간으로 일본 근대화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무 계단과 붉은 벽돌, 넓은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항구 풍경은 여전히 여유롭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은 단순한 조경의 결과가 아닙니다. 구라바엔은 일본이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며 겪었던 변화와 긴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바람이 잘 통하는 집 구조, 외국식 정원 배치, 언덕 위 전망은 이후 일본 도시 건축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나가사키의 이야기는 이곳에서 ‘열림’으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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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라 천주당 – 침묵 속에서 이어진 신앙

구라바엔에서 내려와 만나는 오우라 천주당(Oura Cathedral)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천주당입니다. 고딕 양식의 외관은 이국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에도 시대 동안 탄압받았던 일본의 숨은 그리스도인, ‘카쿠레 키리시탄’의 이야기가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오우라 천주당은 단순한 종교 건축물이 아니라, 신앙을 지키기 위해 침묵해야 했던 사람들의 기억입니다. 내부는 소박하고 조용하며, 화려한 장식보다 절제된 분위기가 먼저 다가옵니다. 이 공간에서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늦추게 됩니다. 나가사키는 이곳에서 ‘기억’을 품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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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원 –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메시지

나가사키 평화공원은 원폭 투하 지점 인근에 조성된 공간으로, 도시의 중심에서 가장 조용한 장소입니다. 평화상 앞에 서면 많은 설명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하늘을 가리키는 손, 땅을 가리키는 손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말합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집니다. 세계 각국에서 기증한 평화 조형물들은 나가사키가 더 이상 한 나라의 아픔이 아닌, 인류 전체의 기억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평화공원은 여행자의 감정을 자극하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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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자료관 – 기록으로 남은 도시의 상처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은 감정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진, 유품, 기록을 통해 사실을 조용히 전달합니다. 파괴된 도시의 모습, 멈춰버린 시계, 일상의 흔적들은 설명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자료관을 나서는 순간, 여행자는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거리를 걷기 어렵습니다. 이곳은 나가사키 여행의 끝이자, 생각의 시작입니다. 도시는 왜 기억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질문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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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는 상처를 기념하는 대신 역사를 전달하는 도시입니다
아픔을 숨기지도, 과장하지도 않습니다. 담담하게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조용히 물려주는 것이 이 도시의 방식입니다. 구라바엔에서 평화공원까지, 발걸음마다 깃든 고요한 성찰이 여행의 의미를 완전히 바꿉니다. 나가사키는 설명이 필요 없는, 가슴으로 느껴야 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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