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타, 뱃부의 열기와 유후인의 정적, 그 사이를 걷다
오이타현은 일본에서도 온천의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그중에서도 벳부(Beppu)와 유후인(Yufuin)은 같은 온천 문화권에 속하지만,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한쪽은 땅이 거칠게 숨 쉬는 역동적인 도시이고, 다른 한쪽은 시간이 안개처럼 느리게 흐르는 마을입니다. 오이타 여행은 이 상반된 두 풍경을 함께 걸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김이 오르는 도시와 느린 마을, 그 온천의 시간 속으로 안내합니다.
1. 벳부: 김이 오르는 도시, 살아있는 땅의 호흡
벳부에 들어서는 순간 여행자를 맞이하는 것은 시각보다 후각, 그리고 피부에 닿는 공기입니다. 도로 옆 배수구, 주택가 골목, 언덕 아래 어디에서든 뜨거운 수증기가 맹렬하게 피어오릅니다. 벳부에서 온천은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닌, '생활 그 자체'입니다.
지옥(Jigoku)이라 불리는 자연의 경이
이 도시의 상징은 단연 '지옥 순례(Jigoku Meguri)'라 불리는 온천들입니다. 코발트빛의 바다지옥, 붉게 끓어오르는 피지옥, 진흙이 보글거리는 가마도지옥 등은 목욕을 위한 곳이 아닙니다. 이것은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을 바라보는 장소입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지구가 살아있음을 증명합니다.
골목에서 만나는 진짜 벳부, 다케가와라 온천
하지만 벳부의 진짜 매력은 명소보다 골목에 숨어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간직한 다케가와라 온천(Takegawara Onsen) 같은 오래된 목욕탕 앞에는 작은 의자가 놓여 있고, 김 서린 창문 너머로 주민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도에 없는 작은 온천, 간판 없는 공중목욕탕을 찾아보세요. 이곳에서는 '어디를 갈까'보다 '어디서 멈출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어울립니다. 뜨거운 온천과 차분한 일상이 공존하는 벳부는 빠른 관광보다 느린 체류에 적합한 도시입니다.
Tip. 벳부의 맛: 지옥찜 요리 벳부의 뜨거운 증기는 요리사가 되기도 합니다. 온천 증기로 채소와 해산물을 쪄내는 '지옥찜(Jigoku Mushi)'은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합니다. 벳부의 김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마세요.
2. 유후인: 풍경이 낮아지는 마을, 쉼을 위한 여백
벳부에서 버스나 기차로 산을 넘어 유후인에 들어서면 공기의 결이 달라집니다. 웅장한 유후산(Mt. Yufu)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작은 마을은 건물의 높이도, 사람들의 걸음도 낮고 느립니다. 유후인은 '관광하는 도시'라기보다 '머무는 마을'입니다.
긴린코 호수와 유노츠보 거리의 산책
유후인 역에서부터 긴린코 호수(Kinrin Lake)까지 이어지는 '유노츠보 거리'는 상점과 카페, 작은 미술관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산책 코스입니다. 상업적인 공간조차 풍경 안에 가볍게 스며든 생활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이른 아침, 긴린코 호수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유후인 여행의 백미입니다. 차가운 아침 공기와 따뜻한 온천수가 만나 빚어내는 몽환적인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힙니다.
고요한 료칸에서의 하룻밤
유후인의 온천은 벳부처럼 강렬하지 않습니다. 대신 고요하고 은은합니다. 료칸 안의 노천탕, 정원을 바라보는 온천, 창을 열면 들려오는 바람 소리는 몸보다 마음의 긴장을 먼저 풀어줍니다. 산책하다 멈추고, 롤케이크 한 조각과 커피를 마시고, 해가 기울면 온천에 몸을 담그는 단순한 반복. 이것이 유후인이 선물하는 치유의 리듬입니다.
3. 여행을 마무리하며: 온천은 목적지가 아닌 배경이다
오이타의 매력은 명확한 대비에 있습니다. 벳부에서는 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채우고, 유후인에서는 그 에너지를 부드럽게 순환시킵니다. 뜨거움과 고요함, 도시와 마을, 움직임과 멈춤이 하나의 여행 안에서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오이타 여행은 속도를 늦출수록 좋습니다. 일정이 빽빽할수록 이 지역의 매력은 반감됩니다. 하루에 한 도시, 한 마을이면 충분합니다.
벳부와 유후인은 온천으로 유명하지만, 이곳에서 온천은 목적지가 아닙니다. 온천은 그저 풍경의 일부이자 일상의 배경일 뿐입니다. 여행자는 그 따뜻한 배경 속을 천천히 걸어가며, 벳부의 하얀 김과 유후인의 정적을 마음에 담아오면 됩니다.
몸을 쉬게 하고 싶을 때, 혹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오이타의 김이 오르는 풍경 속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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